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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과 동행을/💕법문의도량

철저한 믿음만이

by 혜명(해인)스님 2018. 7. 10.

    옛날 김용사에 수행을 하던 많은 스님들 가운데 총명하고 신심이 깊은 한 동자승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주지스님께서 이 동자승에게 "상추를 씻어오라." 고 심부름을 시켰습니다. 동자승은 절 앞의 개울에서 부지런히 상추를 씻고 있었습니다. 그 때 갑자기 앞산 너머에서 시커먼 연기가 솟아오르면서 불이 활활 타올랐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불이 난 곳은 산 너머에 있는 대승사였습니다. 이때 대승사에서는 스님들이 불을 끄지 못해 당황하고 있었습니다. 어린 동자스님은 자기도 모르게 "저 불을 꺼야지"하고 염불을 한 다음 냇물을 바가지로 퍼서 불이 타고 있는 대승사 쪽으로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얼마동안 하다 보니 불길이 잡혔고 얼마 후에 완전히 불이 꺼졌는지 연기도 불길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제야 동자스님은 정신을 차려보니 상추는 조금밖에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이 바가지로 물을 퍼부을 때 날아가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 동난 시간이 많이 흘렀기에 스님은 황급히 얼마 남지 않은 상추를 마저 씻어가지고 절로 돌아갔을 때, 주지스님은 단단히 화가 나서 호통을 쳤습니다. 그렇지만 어린 스님은 그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묵묵히 꾸중을 들을 수밖에 없었고, 그 꾸중을 들은 후 그 스님은 어디론가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 다음날 김용사의 한 스님이 대승사에 가게 되었습니다. 이 스님은 대승사의 스님들로부터 전날 대중들이 불길을 잡지 못하고 있을 때 난데없이 산 너머에서 물과 상추가 날아오더니 불길이 잡혔다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때서야 동자승의 신심을 바로 알게 되었지만, 그 동자 스님은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저 어린 천진난만한 동자스님의 철저한 신심... 만일 그 어린 스님이 철저한 믿음이 없었다면 어찌 산 너머까지 바가지로 물을 끼얹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요? 바로 이 분별없는 마음, 참으로 한 오라기의 티끌도 없는 순수한 마음이 아니고서는 그런 마음을 낼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런 순수한 마음, 확고한 믿음이 부처님을 감동시켜 산 너머에 난 불을 끄게 한 것이 아닐까요? 이처럼 기도에는 철저한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자식들이 부모를 철석같이 믿고 있으면 자식이 무엇을 원하던 무엇을 바라던 다 해주고 싶지만 만약 자식이 부모를 믿지 않는다면 정당한 요구라고 해도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입니다. <화엄경>에 "신위도원공덕모(信爲道源功德母)"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믿음이 도의 근원이요, 공덕의 어머니라는 말씀입니다. 확실히 믿어야지 긴가민가해서는 소원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확고부동한 믿음이 있어야만 기도 성취가 되는 것이지 의심을 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말입니다. 법우님들! 저 동자스님의 확고한 믿음으로 대승사의 불을 꼈듯이 우리도 철저한 믿음으로 멀리 있지 않은 마음속 불길을 끄지 않으시렵니까? 이 글을 보시면 꼭 천 마디의 염불을 하시라는 부탁의 말씀드립니다. 관세음보살이건 지장보살이건 석가모니불이건 불자님들 입에서 쉽게 나올 수 있는 것을 택해서 하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불교는 앎의 종교가 아닌 지혜의 종교입니다. 기도 잘 하고 계시죠? 예, 라고 하시는 분들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