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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과 동행을/💕법문의도량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생불(生彿)...<수필>

by 혜명(해인)스님 2018. 7. 12.

자기완성이 참된 삶의 표준.

꽃샘추위로 옷깃을 여미며 표정 없는 얼굴들로 가득 메워진 시내버스. 차창 밖으로 스치는 봄의 물결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나 추운 차창 속, 바랑하나 무릎위에 달랑 놓고 몸에 익지 않은 얼굴 없는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거리엔 네온사인 불빛이 취객들의 취기 어린 소리와 어울러져 출렁이고 이정표 없는 거친 발자국만이 이 밤을 지키고 있다.

허공에 떠도는 한줌 바람처럼 끊임없이 고정관념과 이기주의, 독선 그리고 허영과 쾌락에 허덕이며 마음속에 심한 갈증을 심고 살아가는 내 주변 사람들 !

목을 축이기 위해 스스로 샘은 파지 못하고 누군가 파놓은 우물곁을 기웃거리며 한편의 연극마저도 끝내지 못하고 뒤돌아서야만 하는 엑스트라의 초상처럼 그렇게 삶의 뒤쪽에서서 애수어린 눈길로 가버린 날들을 그리워한다.

참된 삶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수치를 알고 항상 깨끗함을 생각하며 마치 누에가 허물을 벗고 나방이 되듯 자기중심적인 허물에서 벗어나 빈 마음으로 자기 운명에 도전하며 철저한 자기 확인과 자기 발견을 해 나가 자기완성의 생활 현장을 구축하려는 일련의 움직임이라고 본다.

이러한 진리를 알면서도 마음속에 그림자를 남기며 또 그 그림자를 밟으며 살아가는 것은 신이 인간에게 준 업보인가!

흐르는 강물처럼 세월의 덧없음은 신속하여 몸은 아침 이슬과도 같고 목숨은 저녁노을과도 같다는 옛말처럼 허무의 그림자는 끊임없이 우리를 뒤쫓고 있다. 우리는 4무시대(四無時代) 즉 무감각, 무책임, 무관심, 무목적을 가진 인간들로 인해 병들어가는 세상에 대한 각성의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물론 우리의 삶 자체는 모순 덩어리다.

그럼에도 세상 한쪽 구석에서는 열린 마음(佛心)으로 모순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며 어려운 일이 있을 때나 이웃에 힘든 일을 도우미로 나가서 궂은일 해치우는 초심님, 보리행 같은 사람들이 있다.

새벽을 여는 사람들 !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용기를 잃지 않고 열심히 참되게 살아가는 소년소녀 가장들 !
세상 구석구석 이렇게 진짜로 사람냄새 나게 사는 바로 이들이 생불이 아니던가. !

그물에 걸리지 않은 바람처럼 살다 가신 부처님을 생각하게 하는 사람들 !
이들이 있기에 물질문명의 등불 따라 너무 멀리와 버린 우리를 속히 제자리로 돌아가도록, 그리고 물질의 풍요가 행복만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한다. 그러기에 인생은 의미 있는 것이요. 의미를 찾는 것이 삶인 것이다.

공허와 혼란의 연속!
강자는 약자를 치겠다고 으르렁 거리고 그 틈새에서 살아남기 위한 삶의 발버둥치는 현실에서 우리들 누구에게나 자칫 빛바랜 모습으로 닦아 올 수 있는 삶의 군상들 !
그러나 "일체유심조라"했던가 !
한마음 밝게 먹으면 밝은 생활이 열리고 한 생각 어둡게 몰고 가면 끝없는 구령으로 떨어진다는 마음은 모든 성자의 근원이며 만 가지 악의 주인이라 했듯이 이기심은 또 다른 이기심을 낳고 욕심은 더 많은 욕심을 잉태한다.

그러나 생이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나는 것이요.
죽음은 한조각 구름이 멸하는 것과 같이 우리가 실체요 실존이라 착각하여 고집하는 허상을 부정해 볼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갖추었을 때 우리는 끊임없는 선택의 모순, 번뇌와 집착 속에서 참된 자유인으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

또한 더불어 사는 이들을 사랑하고 깊이 이해하는 마음. 이것은 인생에 있어 영원한 단독주자 일수밖에 없다는 고독감에서 벗어나 언제 어디서나 스스로 설 수 있는 힘과 어느 길에 접어들어도 혼자 갈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주는 바로 성불의 길이리라.

-보산 법광 두 손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