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큰 가섭에게 이르셨다.
네가 유마힐에게 가서 병을 위문하여라.
가섭= 부처님 제자 중에 제일 훌륭한 제자로 인정받으시고
부처님으로 부터 직접 전법을 받은 상수제자 입니다.
가섭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 사람에게 가서 병을 위문 할 수 없나이다. 그 까닭은 제가 옛적에 가난한 촌락에 가서
밥을 비노라니 그때에 유마힐이 와서 말하기를,
여보시요, 큰 가섭님.
자비심이 있기는 하면서도 넓지 못하여서 부잣집을 버리고 가난한 집만 찾아가서 밥을 빕니다 그려!
가섭님 평등한 법 가운데 밥을 비는 것이 법이니 차례차례로 하여야 됩니다.
먹지 않는 법을 위하여 걸식을 할 것이며
인연이 화합 상을 파하기 때문에 덩어리로 된 밥을 취하는 것이며
나고 죽음을 받지 않기 위하여 저 음식을 받는 것이며
텅 빈 촌락과 같은 생각으로 촌락에 들어갈 것이며
여러 가지 빛깔을 보아도 장님과 같이 하며
소리를 듣더라도 메아리와 같이 하며
냄새를 맡을 적엔 바람과 같이 하며
음식을 먹을 적에 맛을 분별하지 아니 하며
몸에 촉각을 받을 적에 무심정에 든 것과 같으며
모든 현상계가 요술로 만들어진 것처럼 제 바탕도 없고 남에게서 얻어진 거서도 없는 줄을 아나니
본래부터 그런 것이 있는 것도 아니며
지금에도 없어지는 것도 없나니 가섭님, 만일 팔사(邪)를 버리지 않고 팔 해탈에 들어가며
삿된 모양 같으면서 정법에 들어가며 한 그릇 밥으로 일체 중생계 보시하며 여러 부처님과 여러 성현에게
공양한 뒤에 먹을 것이니 이렇게 먹는 이는 번뇌가 있는 것도 아니요 번뇌를 여읜 것도 아니며
선정에 들어간 것도 아니요 ,선정에서 일어난 것도 아니며 세간에 머문 것도 아니요 열반에 머문 것도 아니며
그에게 밥을 베푼 이는 큰 복도 없고 적은 복도 없으며 이익이 될 것도 아니고 손해가 될 것도 아니니
이것이 불도에 들어가는 것이요 성문법에 의지하지 않는 것이니
가섭이여,
이렇게 밥을 먹어야만 남이 베푸는 음식을 공짜로 먹지 아니하는 것이외다. 라고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그 때에 이 말을 듣고 일찍이 없든 일이라 생각하고 모든 대승 보살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가졌사오며
또 생각하기를 이 분은 속인으로서도 변재와 지혜가 이러하거늘 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지 아니 하랴 하옵고 그 후 부터는 성문법과 연각 법으로 다른 사람에게 권하지 아니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그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가 없나이다.
가섭이라면 사리불 보다 지혜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목련존자 보다 신통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부처님의 마음을 가장 잘 알고 헤아리는 제자입니다.
큰 가섭이라 한 것은 그 당시 가섭이라는 성을 가진 제자가 또 있었기 때문에
구별하기 위해서 그렇게 부른 것입니다.
그는 평소 헌옷만 입는 등 아주 검소한 생활을 해서 투타행 제일존자라고 했답니다.
두타행 이란 말은 모든 욕심을 버리고 검소한 생활에 만족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인지 밥을 빌로 다녀도 가난한 집에 가서 밥을 얻기를 좋아했나 봐요,
그래서 지금 유마거사에게 그 잘못을 지적 받는 겁니다.
부자와 가난한 자를 구별하는 것이 벌써 평등하지 않고
차별상을 나타내는 것이고 번뇌가 남아 있는 것이 아니냐?
그건 바른 법이 아니다
그래서 팔사를 버리고 팔 해탈에 들어가라는 말을 하는 겁니다.
팔사 =
1사견- 잘못 보는 것,
2 사사유 -잘못 생각하는 것,
3사어-잘못 말하는 것
4사업- 잘못된 일을 하는 것,
5사명- 본래의 수명만큼 살려고 하는 것(자살이나 오래 살려고 보약 먹는 것.
6사념- 7시정진- 8사정 = 잘못 된 것들입니다.
팔 해탈은 = 앞에 말한 팔사를 하지 않고 팔정도를 실행하는 것
성문법 =소리성자 들을 문자 소리를 잘 듣는 성인 이란 말인데 부처님의 법을 따르기는 하지만
부처님을 따라다니지는 않고 자기혼자 수행해서 자기혼자만 해탈하는 성자입니다.
연각법 =부처님의 가르침도 따르지 않고 스스로 공부해서 도를 얻는 성자
이른 것은 남에게 권할만한 것이 못되기에 가섭도 이후로는 남에게 권하지 않았다
화엄경에 보살은 부처님의 본행을 배우기를 바라고
부처님의 본행이 들어나기를 바라고 큰 시주가 되어
모든 중생구제 하기를 바라고 중생을 섭취하여 유익하기를 바라고,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괴로움을 떠나보내고
즐거움을 얻게 하기를 바라야 한다고 하는 대목 있습니다.
유마힐도 가섭에게 모든 중생을 다 불과를 얻도록 해야지 차별을 두어서 되겠느냐
이러한 야단을 맞은 일이 있기 때문에 나는 문병을 못가겠다고 하는데
이 내용은 또 야단맞을 까봐 못가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고
유마힐이 비범한 인물이라는 것을 증명함과 동시에 가섭은 남의 말을 잘 받아들이는
아량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유마경 17-
